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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놀이공원 – 티볼리 가든의 400년 역사

by 오카일이 알려드림 2025. 8. 12.

19세기 덴마크 티볼리 가든 전경 – 화려한 불꽃놀이와 조명이 켜진 놀이기구들이 있는 야경
1843년 개장한 티볼리 가든 – 유럽 놀이문화의 살아있는 전설

오카일이 알려드림! 

놀이공원, 단순한 오락 그 이상
놀이공원에 가면 유독 들뜨는 기분, 그건 단순히 놀이기구 때문만은 아닙니다. 음악, 조명, 음식 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 이 모든 요소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죠. 그런데 이 ‘놀이공원’이라는 개념,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많은 사람이 놀이공원을 현대 산업의 산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 뿌리는 16세기 유럽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특히 덴마크의 티볼리 가든(Tivoli Gardens)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여전히 운영 중인 ‘살아있는 놀이공원’으로, 오늘날의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놀이공원의 전신 – 왕실 정원에서 시작되다

16세기 이전, 사람들에게 ‘놀이’란 대개 장터 축제, 종교 행사, 곡물 수확 축제 같은 일시적 이벤트에서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덴마크 왕실은 여기에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왕실 소유의 정원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음악 연주와 연극, 곡예, 간단한 놀이기구까지 갖춘 상설 오락 공간을 만든 겁니다.
이것이 오늘날 놀이공원의 원형이었고, 귀족과 서민이 한 공간에서 어울리는 매우 드문 장소였죠. 당시에는 계급 간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오락 공간은 사회적 장벽을 허무는 역할도 했습니다.


티볼리 가든의 탄생 – 즐거움의 정치학

우리가 아는 ‘티볼리 가든’은 1843년, 정치가 게오르그 카르스텐센(Georg Carstensen)이 국왕 크리스티안 8세를 설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가 왕에게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정치 문제를 덜 신경 쓰게 하려면, 그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어야 합니다.”

왕은 이 논리에 동의했고, 코펜하겐 외곽의 땅을 내주었습니다. 그 결과, 정원·공연·놀이기구·음식이 모두 결합된 종합 오락 단지가 탄생했죠.

티볼리 가든은 개장 첫해부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증기기관차가 보급되던 시기였는데, 코펜하겐으로 기차를 타고 놀러 오는 사람들로 항상 붐볐다고 합니다.


놀이기구의 진화 – 목마에서 롤러코스터까지

티볼리 초기에는 단순한 회전목마, 보트 타기, 곤돌라 같은 놀이가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스릴 있는 기구가 도입됐습니다.

  • 1914년: 목재 롤러코스터 ‘루첸반(Rutschebanen)’ 도입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재 롤러코스터 중 하나로, 지금도 현역 운행 중
  • 1930~40년대: 전기 조명과 야간 개장 – 화려한 조명 쇼와 불꽃놀이 도입
  • 1960년대 이후: 대형 루프형 놀이기구, 자유낙하 타워, VR 체험관 추가

흥미로운 점은 티볼리가 ‘극한의 스릴’보다 ‘풍경과 여유’를 중시했다는 겁니다. 롤러코스터도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코펜하겐 시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죠.


먹고 즐기는 미식의 성지

대부분의 놀이공원이 햄버거, 핫도그 같은 패스트푸드 위주라면, 티볼리 가든은 전통적으로 미식에 신경 써왔습니다.

  • 덴마크 전통 요리인 스뫼레브뢰(Smørrebrød)
  • 프랑스식 만찬 코스
  • 수제 디저트 카페
  • 지역 특산 맥주와 와인 바

19세기 말~20세기 초, 티볼리의 식당은 코펜하겐 상류층의 사교 장소이자 외교 만찬장 역할까지 했습니다.


세계 놀이공원 문화에 미친 영향

티볼리 가든은 단순한 ‘지역 명소’가 아니었습니다. 1950년대,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를 기획하던 시절 직접 티볼리를 방문해 감탄했다고 합니다.
그는 “깨끗함, 세심한 디테일, 가족 중심의 분위기”를 디즈니랜드 설계의 핵심 철학으로 삼았죠.
결과적으로 티볼리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 아시아 놀이공원 문화에도 깊게 스며들었습니다.


문화와 예술의 무대

티볼리는 놀이기구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매년 여름, 대형 야외무대에서 발레, 오페라, 록 콘서트, 심지어 K팝 공연까지 열립니다.
심지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일부 시설이 파괴됐지만, 전쟁 직후 시민들의 힘으로 재건됐습니다. 그만큼 티볼리는 덴마크인들의 정체성과도 깊이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의 시사점

티볼리 가든의 역사는 ‘즐거움’이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도시를 발전시키는 힘임을 보여줍니다. 18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며 매년 수백만 명을 불러들이는 이유는,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라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에 있습니다.

다음번에 덴마크에 가신다면, 굳이 놀이기구를 타지 않아도 좋습니다. 티볼리 가든의 정원에 앉아 음악을 듣고, 불꽃놀이를 보며, 수백 년의 역사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놀이공원이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