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일이 알려드림!
오늘날 우리는 건강기능식품 하나를 고를 때도 성분표, 임상시험 결과, 인증 마크 등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준이 생기기 전,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인 19세기 런던에서는 어땠을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그럴싸한 말과 화려한 문구, 유명인의 이름만 있으면 모든 게 ‘건강식품’이었습니다.
진짜 효과는 중요하지 않았죠.
이번 글에서는 빅토리아 시대 런던에서 어떻게 건강과 질병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었는지,
그리고 그 시절의 허위 광고가 오늘날 어떤 교훈을 주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건강 = 돈, 질병 = 기회?
19세기 영국의 ‘광고 혁명’
19세기는 산업혁명과 도시화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밀집된 시기였습니다.
런던 인구는 1800년 약 100만 명에서, 1900년에는 무려 600만 명으로 늘어납니다.
문제는 이 엄청난 도시 팽창이 환경오염, 감염병 확산, 위생 불균형을 동반했다는 점입니다.
- 콜레라, 결핵, 매독, 기침, 소화불량, 여성 냉증, 신경쇠약 등 만성 질환이 만연했고
- 당시 의학은 진단보다 ‘처방 상품’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 의사보다 약방 주인, 그리고 신문 광고가 더 큰 영향력을 가졌죠.
바로 이 틈을 파고든 게 건강식품을 가장한 기적의 약, 이른바 ‘Patent Medicine’이었습니다.
“약이 아니라 기적입니다” , “단 3일 만에 기침이 멈춥니다!”
– 빅토리아 시대 광고 카피의 전형
이 당시의 건강 광고는 지금 봐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자신만만합니다.
대표 사례 1: '허록스 기침 시럽'
- “단 3일 복용으로 만성 기침과 폐렴 완치!”
- “4대가 먹는 전통 약초 비법”
- 실제 성분: 설탕물 + 알코올 + 아편 극소량
대표 사례 2: ‘홀러웨이 만병통치약’
- “위장, 간, 두통, 종기, 피부질환 모두에 효과!”
- “영국 왕실이 애용하는 비밀 약”
- 실제 성분: 수은, 연고, 명확하지 않은 약초 추출물
대표 사례 3: 여성 전용 ‘피로 회복제’
- “여성의 나른함은 자궁 때문입니다”
- “이제는 차처럼 마시며 하루를 리셋하세요”
- 실제 성분: 와인, 아편, 향신료, 수면 유도제
광고에는 **‘사용자 후기가 가득한 신문 광고’, 왕실 상징, 의사 복장의 삽화’**가 필수였고,
심지어 의학 용어를 차용해 과학적인 신뢰감을 심어주기까지 했습니다.
소비자 보호? 그런 건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광고들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성분을 함유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 어떤 제품은 아편 함유로 중독을 유발했고
- 어떤 제품은 수은이나 납 중독으로 치명적인 부작용을 남겼습니다
- 그럼에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었고, 피해자는 본인의 책임으로 돌려야 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사회적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1890년대 후반부터 소비자 보호 운동, 과학기반 의학 지지자, 약사 단체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광고 규제의 시작 – 의학의 승리?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은 차례로 건강 관련 허위 광고를 제한하는 법을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 1906년 미국: Pure Food and Drug Act 제정 (허위 약품 금지)
- 1911년 영국: British Medical Association의 허위광고 백서 발표
- 이후 모든 의약품은 성분 공개와 효과 입증 의무가 부과됨
하지만 이 모든 제도가 생기기 전까지 수십 년간
사람들은 “이 시럽 한 병이면 건강해진다”는 문구에 목숨을 걸다시피 했던 겁니다.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유산
놀랍게도, 당시 광고에서 쓰인 표현들은 오늘날까지 일부 형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순한 성분!”
- “○○명의 사용 후기 검증 완료!”
- “천연 유래 성분으로 간편하게!”
- “연예인 누구누구가 먹는 그 제품!”
물론 지금은 법적 규제가 훨씬 강력하고,
소비자 인식도 훨씬 똑똑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파는 문장들’ 앞에선 쉽게 마음이 열리곤 하죠.
마무리: 건강을 판다는 것의 의미
19세기 런던의 건강식품 광고는 단순한 마케팅의 흑역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절박할수록, 시장은 더 기묘해진다는 역사적 교훈입니다.
우리는 정보를 통해 더 현명해졌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이름의 건강 유혹이 끝없이 등장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당신이 먹고 있는 그 건강기능식품, 정말 효과가 입증된 걸까요?”
혹시, 150년 전 광고문구에 또 한 번 속고 있는 건 아닐까요?